단편집 ‘망곡국민학교’ 시리즈 중, 제 2화 ‘균열과 괴물’편이다.
그릇된 믿음과 욕망에 의해 인생의 중요한 모든 것을 잃어버린 민형사.
이젠 믿을 것은 자기 자신뿐이라는 마지막 믿음 하나로 ‘망곡리’에 오게 된다.
형사로서 옳지 못 한 행동을 일삼았던 지난 날들이 원인이 되어,
상관들의 눈총을 한 눈에 받게 되면서 순탄치 못 한 하루하루를 보내게 된다.
그러던 중, ‘망곡리 사건’에 대한 첩보를 전달받게 되고,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강제로 이곳에 오게 된다.
‘망곡리 사랑학교’의 신도들 살인 사건을 비롯해,
서울 신림동 일가족 살인사건의 용의자가,
이곳에 숨어들었다는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민형사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수사에 임한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넘치던 자신감은 보이지 않는 힘에 의해
점점 좌절하게 되고, 그림자처럼 쫓아다니는 어두운 기억들은
민형사의 자아를 쉬지 않고 흔든다.
인근 포장마차 여주인을 통해 사건의 내막을 알게 되고,
의심과 의심이 쌓이게 되면서 민형사에게 예상치 못 한
반전이 일어나게 된다.
그러나 의외의 난관은 따로 있었으니,
그건 바로 기억의 상당 부분이 송두리째 사라졌다는 것.
그리고 그나마 있던 기억들조차 앞뒤 없이
뒤죽박죽으로 다가와 혼란만 가중시킬 뿐이었다.
이 모든 것이 항상 즐기던 음주 탓이라 생각했던 민형사는,
사건의 깊은 곳으로 얘기치 않게 점점 빠져들게 되면서,
사라진 줄 알았던 기억과 자신을 억누르던 진실,
그리고 주위를 멤도는 원인 모를 소리들로 인해
공포의 도가니로 끝없이 빨려 들어가게 된다.
혼돈 후에 느끼게 되는 좌절, 그리고 항상 자신을 억누르던 죄의식이
한꺼번에 민형사를 덮치게 되면서,
자신의 깊은 곳에 존재하던 ‘균열’의
틈 속에 숨겨졌던 진실이 드러나게 된다.
‘망곡국민학교‘ 시리즈의 서막을 알리는
‘혼유골의 속삭임’에 이어 펼쳐지는 학교에서의 이야기,
‘균열과 괴물’을 통해 한 인물의 죄의식 뒤에 감춰진,
인간의 뿌리 깊은 욕망을 드러내고자 한다.
‘아라비아 출판사’ 허원익입니다.
망곡국민학교 시리즈는, 어느 날 꾸게 된 개꿈에서 시작됩니다.
내가 형사가 되어 야쿠자의 본진으로 처들어가 납치 피해자를 찾아 처절한 사투를 벌이는,
말도 안 되는 어느 꿈을 계기로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안타깝게도 피해자는 사망하고, 과정에서 발생된 혈흔으로 온 세상이 빨갛게 물들어가던 장면이
제가 꾸었던 꿈 중에 가장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꿈이었습니다.
이후, 평범하게 살아가는 제 삶에 약간은 평범하고 싶지 않은 바람이 있었는지,
꿈에 포커스를 맞추어 집필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평소에 다소 과격하고 생각이 많은 성격이 글쓰는데 상당한 도움이 되었습니다.
사석에서 제 글을 읽어본 지인들이 자주 묻습니다.
어떻게 하면 당신 같이 글을 잘 쓸 수 있냐고. 그럴 때마다 제 대답은 언제나 똑같습니다.
“약간의 흥미 돋는 주제와 사회에 대한 약간의 불만만 가지고 있다면
누구나 재미있는 소설을 쓸 수 있다. 그리고 난 글을 잘 쓰지 못 한다.” 라고요.
이처럼 어릴 적, 어린이 일간지나 지역 홍보물에만 투고 경험이 있던 저에게 소설은,
무모하고도 대단한 도전이고 무한한 제 꿈을 그려낼 수 있는 무한의 캔버스입니다.
표현에 비해 경력은 짧지만 독자들에게 또 다른 세상과 접해보지 못 한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는 즐거운 인연이 되었으면 합니다.
제가 언제나 추구하는 디스토피아적 상상력이
독자들께는 유토피아적 쾌락으로 전해지길 바랍니다.
PS : 세상에서 가장 빨간 것은 ‘피’지만, 가장 순수한 것도 ‘피’다. -허원익
감사합니다.